위의 장면들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SSG’ 광고와 가수 헤이즈의 ‘헤픈 우연’의 뮤직비디오의 장면입니다.
위의 장면들은 빛과 색 그리고 구도를 활용해 정서의 깊이감과 공명함을 전달하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오마주 된 것입니다. 현재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전시 진행 중인 에드워드 호퍼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dward Hopper (1882-1967), 미국 사실주의 화가
호퍼는 도시와 농촌 풍경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입니다. 그는 독특한 스타일과 당시 미국 도시민들의 삶 속 고립과 소외를 포착하고 정서의 깊이를 담아내는 화가로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예술가입니다. 주로 식당, 호텔, 주유소 등 일상의 풍경을 표현하지만 그의 작품은 사실적 표현을 넘어 그 시대의 감성적인 순간를 독특하게 표현합니다.
호퍼는 빛과 그림자를 전문적으로 사용하여 극적인 효과를 만들고 장면의 분위기를 강조합니다. 빛과 그림자를 통한 강한 대비로 주의를 집중시키고 신비감을 만들어냅니다. 작품에는 구도의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여백과 강한 수직선이나 사선을 자주 사용하여 고립감과 고요함을 표현합니다. 마치 얼어붙은 순간처럼 영화적인 느낌을 담아냅니다. 그가 사용하는 색은 작품에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특정 분위기를 조성하는 힘이 느껴집니다. 저는 에드워드 호퍼의 색이 에세이 같은 색으로 느껴집니다. 고유한 순간의 느낌과 생각이 색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렇게 지금까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오마주 되는 작품을 창작한 그의 작품들을 살펴볼까요?
수많은 영화, TV 쇼 및 광고에서 오마주 되는 가장 유명한 이 작품은 늦은 밤 식당을 묘사합니다. 도시 소외와 외로움의 본질을 표현한 대표작입니다. 이 작품에서 차분한 톤과 극명한 대비와 파란색, 녹색 및 갈색 음영으로 침울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시원한 푸른빛은 고요함과 고립감을 불러일으키고, 식당 내부의 따뜻한 빛이 대비되어 식당 내부의 인물에 시선을 집중시킵니다. 이 작품은 앞서 소개한 헤이즈의 ‘헤픈 우연’ 뮤직비디오에 다양하게 등장합니다.
이 작품은 아침 햇살이 내리쬐는 뉴욕시의 상점가를 담고 있습니다. 대도시인 뉴욕과 도시의 그림자, 사람의 부재가 담긴 정적인 풍경은 고요하면서도 보는 이로 하여금 도시의 공허를 느끼게 합니다. 불과 지난 2년의 코로나19를 떠올리게 합니다. 길게 뻗은 직선의 도시가 품어내는 그림자는 고립감을 더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익숙한 또는 지나간 낯설었던 지난 2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지금의 작품 속 뉴욕도 우리의 도시도 일요일 이른 아침을 지나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호흡하는 흐르는 이 시간들을 새롭게 보고 감사히 여기게 하는 것 같습니다.
1920년대 미국에서 인기 있었던 셀프서비스 레스토랑의 자동판매기 근처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는 여성을 보입니다. 짙은 조명, 모자를 쓴 여성의 가늠하기 어려운 시선, 주변의 빈 의자는 여성의 감정 상태와 고립감이 전달됩니다. 차가운 푸른색과 회색으로 차갑고 메마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블루 톤은 우울한 느낌을, 그레이 톤은 분리된 느낌을 더해줍니다. 여성과 그 뒤 과일이 담겨 있는 듯한 오브제의 보색(빨간색과 녹색) 대비를 사용되어 시선을 끌어당기며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이 여성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혹은 어떠한 생각도 들지 않으려 내려놓는 멈춤의 순간을 보내고 있을까요?
원근감의 기준으로 저 멀리 어둠이 오는 듯한 해 질 녘의 주유소를 묘사하는 이 작품은 홀로 깊게 드리운 그림자 안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남자는 저 멀리서 다가오는 어둠을 맞을 준비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일까요? 배경과 비슷한 채도와 명도를 사용해 표현된 남자에 비해 대비되는 빛을 가진 건물과 기계의 선명한 표현이 더욱이 남자에게서 외로움과 고요함을 느끼고 인간 존재가 한없이 작고 덧없이 느껴집니다. 저도 몇 년 전에 여행했던 독일에서의 작품과 같은 순간에 존재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몇 개의 사물 만이 빛을 내는 순간 안에 있다 보면 사람이 주는 빛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실제로 눈에 보이는 빛을 내는 존재는 아니지만 사람이 내면에 빛을 밝혀주는 때가 있습니다. 작품을 보면서 더 많은 인간의 빛을 발견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바다로 이어지는 열린 문이 있는 방과 외부에서 들어오는 강렬한 빛이 보입니다. 내부와 외부의 광활한 바다 사이의 대조는 내부의 안전과 미지의 공간 사이에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실내 공간은 브라운과 황토색 등 따뜻한 톤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대조적으로 문밖의 바다는 광활함과 미지의 세계를 나타내는 시원한 블루스가 지배적입니다. 내부와 외부의 강한 색온도 대비가 보입니다. 내부의 안전에서 외부의 탐험에 대한 열망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는 이중 감정이 느껴집니다. 저는 작품 속 외부에서 들어오는 강렬한 빛이 말하고 있는 듯하게 느껴집니다. 문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프레임이 없는 광활한 빛의 영역에 대한 선택의 메시지를 느낍니다.
고요함과 고독한 정서를 주로 표현하는 예술가로 알려진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소개하다 보니 저는 그의 대비되는 빛과 색감에서 양면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따뜻하고 차가운 톤, 내부와 외부, 빛과 그림자를 통해 알려진 고독함, 절망감, 황량함이 주는 또 다른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이미 잘 알려져서 관심을 두지 않았던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그의 전시의 작품들을 실제로 보고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3년 8월 20일까지 전시하는 서울 시립 미술관의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를 관람하실 수 있으니 여러분들도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경험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호퍼의 작품전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내 링크를 확인해 보세요😊
https://sema.seoul.go.kr/kr/whatson/exhibition/de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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