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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뛰어넘은 강렬한 ‘퍼스널 브랜딩’ 선구자, ‘에곤 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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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or_H 2023. 7. 2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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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퍼스널 브랜딩’ 선구자, ‘에곤 실레’

 애플의 심플, 나이키의 도전과 열정, 볼보의 안전, 테슬라의 지속 가능한 기술 등 강력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진 기업들은 사람들에게 한 번에 연상이 되는 이미지와 감성이 있습니다. 무수한 소비자와 생산자가 존재하는 지금 시대에 이러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고 선점하는 브랜딩이 화두입니다. 브랜드 경쟁 시대를 살아가고 경험하면서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가진 기업들만큼 강력하고 독보적인 표현을 하는 화가가 떠올라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강렬한 이미지를 가진 오스트리아 예술가 ‘에곤 실레’입니다.

 우리가 ‘얼리어답터’가 아니더라도 무수히 많은 노트북 사이에서 애플사의 맥북을 바로 찾을 수 있듯이, 미술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회화 작품들 중 ‘에곤 실레’의 작품은 ‘아! 이런 풍의 작품을 그리는 화가의 작품이다!’라고 바로 찾아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회화 작품에 기본과 시작은 스케치입니다. 이런 스케치의 선 만으로도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화가가 ‘에곤 실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표현 기법에 더해 표현하는 대상과 메시지 또한 보편적인 예술 작품과 달리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인간이 피해 갈 수도 없고 드러내기도 불편한 내면의 주제(불안, 죽음, 욕망 등)와 감정들을 적나라케 표현하여 호불호가 강한 예술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인간 본연의 순수성과 불편한 진실을 현실과 연관하여 직면하고 생각하게 합니다. 그래서 공격적 도발로 느껴지거나 사람들이 숨기고 사는 극적인 내면을 대신하여 호소하게 해주는 대리 만족감 이 모두 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는 노골적인 묘사로 그 당시 사회로부터 부도덕하다는 비난을 받아 잠시 감옥에 투옥이 되는 등 법적 문제에도 직면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독특한 스타일은 황금의 예술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지지와 지원을 받기도 하면서 성장하고 예술적 명성이 높아졌습니다.

 높아진 명성보다 더 높은 것이 에곤 실레에게는 하나 더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의 자기애입니다. 그는 자화상을 많이 그린 예술가입니다. 다양한 자화상을 작업하며 자신의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깊은 표현을 솔직하고 직관적으로 욕망을 드러내는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브랜드 경쟁 시대에 더더욱 ‘에곤 실레’는 떠오르는 예술가인 것 같습니다. 현재 기업만이 아니라 개개인도 유튜브나 다양한 SNS 등을 통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고 드러내는 ‘퍼스널 브랜딩’이 상당히 자리 잡은 시점에서 100여 년 전에 그는 시대를 뛰어넘는 ‘퍼스널 브랜딩’ 선구자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솔직하고 강렬한 ‘퍼스널 브랜딩’ 선구자인 ‘에곤 실레’의 작품들을 살펴볼까요?
 
 

공작 조끼를 입은 자화상

Self-Portrait with Peacock Waistcoat (1911) - Belvedere Museum, Vienna, Austria

 이 작품은 ‘에곤 실레’의 초기 자화상입니다. 초기 자화상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자기애를 강렬한 묘사를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공작의 조끼를 입은 자화상이지만, 화려함의 상징인 공작 조끼보다 더욱이 시선이 가는 것은 그의 얼굴과 손입니다. 화려한 옷이 아닌 온전히 자신인 형체에 다양한 색을 부여하였습니다. 색의 표현뿐만 아니라 그의 강렬하게 응시하는 시선과 도도한 표정에서 야망이 가득한 청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또한 어두운 의상과 배경 사이에 얼굴 뒤 광원은 얼마나 그가 자신을 빛나게 여겼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에곤 실레’는 1차 시계 대전을 겪은 오스트리아 예술가이자 가정적 환경(매독으로 인한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에 대한 적대감)으로 인한 슬픔과 분노, 불안이 내면에 자리한 예술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강렬한 자기애가 담긴 표현 기법을 보면 그는 스스로를 보호하고 위로하는 과정들이 많은 자화상으로 발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사회와 주변에도 내면의 깊은 아픔과 불안을 화려한 모습으로 절규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 작품을 보며 혹시 우리의 주변에 화려한 절규를 하는 누군가에게 평안한 인사를 한 번이라도 더 나누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추기경과 수녀

Cardinal and Nun (1912) - Leopold Museum, Vienna, Austria

 예술계의 이단아이자 섹슈얼리티로 유명한 ‘에곤 실레’를 대표하는 작품이 ‘추기경과 수녀’입니다. 대담한 표현과 사회적 통념에 도전하는 이 작품은 가장 논란이 많이 된 작품 중 하나입니다. 추기경과 수녀 사이의 금지된 욕망과 영적 관념이 충돌하는 모습을 담아 보는 이로 하여금 불안과 긴장의 느낌을 부여합니다. 충격과 스캔들 그리고 매혹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킵니다. 90년 대 초, 의류 브랜드인 ‘베네통에서사제와 수녀의 키스라는 광고로 작품을 패러디를 하였으나 너무 파격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사회적 통념에 대한 강렬하고 도전적 표현을 담은 그의 작품은 현시대의 직업의 전통적 형태의 변화에 적극적이고 도전하는 MZ 세대에게 사람 받고 있습니다. 100년여 전 예술가인 ‘에곤 실레’는 시대를 한참 뛰어넘는 프로 ‘퍼스널 브랜더(Brander)’라는 생각이 듭니다.  
 
 

죽음과 소녀

Death and the Maiden (1915) - Belvedere Museum, Vienna, Austria

 이 작품은 ‘에곤 실레’의 연인이었던 ‘발리 노이질’이라는 여성과의 이별을 알리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손은 매달려 있는 여성을 안고 있으며 한 손으로는 여성의 어깨를 미는 남성은 안정적인 결혼을 위해 4년의 동거 생활을 한 연인과 이별하려는 실레의 자신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그의 스승인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에 영감을 받은 작품이나 확연하게 다른 표현과 감성을 담아 그의 개성을 드러냅니다. 그로테스크한 이 작품은 감성적 사랑과 현실적 결혼 상대에 대한 고민으로 이별하려는 인간의 이중적 고뇌에 대한 고뇌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심한 듯한 남성의 눈빛이 이별에 대한 확고한 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별을 알리는 스토리가 담긴 이 작품에서 100여 년 전 사람들과 현재 우리들이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때때로 SNS 포스팅이나 메시지를 통해 이별을 알리는 사람들과 결혼이라는 현실적 조건을 고려한 이별과 같이 ‘에곤 실레’의 작품은 시대를 담기보다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담아내어 현재에 접목해도 시대의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가족

The Family (1918) - Leopold Museum, Vienna, Austria

 ‘에곤 실레’의 가장 따뜻하고 평온한 마지막 작품이 이 작품입니다. 인간을 불편과 불안을 직관적이고 거침없이 표현한 그의 캔버스에 행복이 내린 듯합니다. 그의 아내 에디트의 임신 소식을 듣고 작업한 이 작품에서 그의 정서적 풍요로움이 주는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주로 마른 몸과 거친 선의 표현을 하는 그의 작품들과 달리 부드러운 곡선 음영이 살아있는 건강한 인물들의 표현의 변화가 눈에 띕니다. 그의 특유의 선정적인 인체에 대한 표현과 부분만 잘라 표현하는 기법들은 볼 수 없습니다. 왜곡이나 강조 없이 온전하게 그려낸 가족의 모습 속 그는 가슴에 한 손을 얹고 있습니다. 그가 행복해하며 작품을 완성해 가는 시간 가졌다는 생각에 저도 덩달아 행복해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을 보며 한 인간이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자기애적 화려하고 거친 절규가 담긴 표현에서 가족을 감싸는 단단해 보이는 자신을 표현한 이 작품에 안도와 감동을 느낍니다. 실제 그는 아이를 만날 수도 그림에서 표현된 가족을 꾸리지 못하였습니다. 당시 유행한 스페인 독감으로 임신한 아내를 잃고 3일 후 그 또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함에도 그가 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 느낀 내면의 변화의 순간이 그의 생에 있었다는 것에 안도와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낍니다.
 
 
 ‘에곤 실레’의 작품들은 사람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것들과 잘 내어 놓지 않는 것들을 거침없이 캔버스 담아내는 ‘도전’을 저는 자주 느낍니다. 예술계의 이단아이자 혁신적인 ‘퍼스널 브랜딩’의 선구자, ‘에곤 실레’. 그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우리도 우리의 내면 가치를 사회적 통념에 기반한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규정하지 않고 자신을 온전히 살펴보고 스스로에게 알려주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그 시간이 도전의 시작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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